"美쇠고기가 도화선".."李대통령 퇴진 요구 직면"
브라질 언론은 11일 6.10 항쟁 21주년을 계기로 한국 내에서 벌어진 촛불시위를 크게 보도하면서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상파울루에서 발행되는 유력 일간지 가운데 하나인 폴랴 데 상파울루는 국제면 1개 면을 거의 전부 할애해 태평로를 가득 메운 촛불행렬 사진과 함께 "수십만명의 촛불시위대가 이명박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자유화한 것이 촛불시위의 도화선이 됐다"면서 "이번 사태로 내각이 총사퇴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취임 4개월을 맞은 이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지난해 12월 실시된 대선에서 48.6%의 득표율로 당선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17%까지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자유화에 대한 반발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도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 대통령이 광우병 공포에 대한 한국민들의 우려로 확산된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면서 공공부문 개혁 등에서 추진력을 크게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국내정치 불안과 국제유가 상승, 성장률 하향조정 등을 들어 한국을 '병든 아시아의 호랑이'에 비유했다.
신문은 이밖에도 전두환 군사정권을 종식시킨 6.10 항쟁이 한국민들에게 갖고 있는 의미를 설명하면서 "이 대통령이 21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놓았다"는 한 서울시민의 말을 전했다.
또 다른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도 6.10 촛불시위를 국제면 주요 기사로 보도하면서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규제장치를 걷어내면서 초래된 시위사태로 내각이 총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에도 이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비롯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국 내에서 제기돼온 일련의 국민적 반발로 농업, 교육, 보건 등 최소한 3개 부처 장관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으며 외교, 재무 장관도 교체 대상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오 글로보도 촛불시위대와 경찰병력 간의 밀고 밀리는 시위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시위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한편 브라질 언론은 미국 정부가 쇠고기 재협상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미국과 한국의 협상이 한국 내 시위를 유발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한국민들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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