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남미은행 창설 주도적 참여 시사
[연합뉴스 2007-04-15 06:32]
현지 언론 "에탄올 계획 확산 위한 전략적 선택"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 정부가 14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제의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남미은행 창설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뜻을 나타냈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이날 "브라질은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가 주도하는 남미은행 창설 계획과 논의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브라질은 남미은행의 정식 회원이 되기로 이미 결정했다"고 말했다.
만테가 장관은 전날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 남미은행 창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국가의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도 동참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테가 장관은 특히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도 남미은행 창설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및 아르헨티나 정상과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해 빠른 시일 안에 남미은행 창설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남미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B), 미주개발은행(IDB) 등을 대신해 남미 국가들의 경제성장을 돕는 지역통화기금(RMF)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유럽 지역과 마찬가지로 향후 남미에서도 단일화폐가 등장할 경우 남미은행은 남미대륙의 중앙은행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중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은 그동안 "미주대륙에 존재하는 기존 금융기구들과 기능이 중복되면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유보해 왔다.
최근 에탄올 협력 등을 통해 미국과 긴밀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IMFㆍWBㆍIDB 등을 외면하고 남미은행 창설에 합류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은 브라질 정부가 이처럼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은 16~17일 베네수엘라에서 열리는 중남미 국가공동체 에너지 정상회담에서 에탄올 대량생산계획에 대한 참가국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상회담에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5개 회원국과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등 안데스공동체 4개 회원국, 그리고 칠레와 가이아나, 수리남 등 12개국이 참가할 예정이다.
브라질로서는 남미은행 창설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대신 차베스 대통령과 파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제기돼온 '반(反) 에탄올' 주장을 누그러뜨리고 중남미.카리브 지역으로 에탄올 대량생산계획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남미은행 창설 논의는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 4개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올해 상반기 중 70억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은행을 출범시킨다는데 의견이 모아진 상태다.
브라질이 남미은행 창설 과정에 뛰어들 경우 다른 중남미 국가들의 추가적인 참여 선언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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