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6일 거창한 사회주의 이념을 앞세운 개혁들은 접어두고 범죄퇴치, 쓰레기 수거와 같은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일상의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춰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현지 라디오와 TV로 생중계된 일요 정례연설에서 "나는 개혁 속도에 브레이크를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고 밝히고 "각료들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발을 땅에 짚고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새로 구성된 내각과 "생동력이 넘치는 정부"는 자신이 추진해 온 "볼리바르 혁명의 5개 엔진"을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첫째 엔진인 국민투표는 망가졌고, 둘째 포고령 입법권은 공회전하고 있고, 세번째인 교육은 강화돼야 하며, 4번째 엔진 정치지도 개편은 저지당했으며 마지막으로 국민권력 강화는 아직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작년 12월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데 이어 좌익게릴라 단체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의 인질석방 마저 무산됨으로써 국내외적에서 곤경에 처한 차베스 대통령이 좌파이념 보다는 현실 중시로 기조를 변화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차베스 대통령의 행보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한 관측통은 차베스 대통령의 이같은 기조변화는 추상적인 이념 추구에서 현실문제 해결로 변화를 의미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카리브해에 유전개발시설과 유사한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비현실적인 계획은 포기하고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범죄, 부패 그리고 기본식품부족 등 문제의 해결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베네수엘라 국내에서는 지난해 인플레율이 22.5%에 이르러 서반구 국가들 가운데서 가장 높았고 우유, 계란, 설탕, 쇠고기 등 기본 식품 부족현상이 나타나면서 국민들은 정부의 물가통제 정책을 포함한 경제정책에 의문을 제기했었다. 주요 도시에서는 쓰레기도 제대로 수거하지 못하는 사태가 계속되자 국민들 사이에는 차베스 정부의 허황된 구호 정치에 불만의 소리가 높았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와 함께 자신이 의욕적으로 중재해 온 FARC의 인질인도가 무산된 것과 관련, 당초 석방을 약속한 3명 인질중에서 '정글소년' 엠마누엘이 이미 콜롬비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나머지에 대한 석방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우리는 인질 클라라 로하스 전 부통령 후보와 콘수엘로 곤살레스 전 의원의 석방과 관련하여 새로운 접촉이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엠마누엘이 석방된 것"이라고 밝혀 콜롬비아 정부가 '정글소년'과 로하스의 어머니와 남동생의 혈액을 채취해 실시한 DNA 조사 결과를 인정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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