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호세프, 美 정보수집 비난 국빈방문 취소 시사
2013/09/03
미국 NSA 정보수집 강력 비난…"미국 정부, 충분히 해명해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의 정보수집 행위를 비난하며 10월 말로 예정된 미국 국빈방문을 취소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호세프 대통령은 이날 각료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미국 정부가 정보수집 행위에 관해 충분한 해명을 하지 않으면 국빈방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호세프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 비난 차원을 넘어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는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보수집에 관해 이해할 만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 미국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공식 견해를 밝히지 않은 채 "미국 방문 취소 문제가 논의되지 않았다"고만 말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10월 23일 미국을 국빈 방문해 워싱턴DC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브라질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은 1995년 페르난도 엔히케 카르도조 전 대통령(1995∼2002년 집권) 이후 18년 만이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2003∼2010년 집권)은 2003년과 2007년 워싱턴DC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2009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으나 국빈 방문은 아니었다.
한편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정보수집 행위를 최초 보도한 영국 일간지 가디언 기자 글렌 그린월드는 전날 브라질 글로보 TV 방송의 '판타스티코'(Fantastico) 프로그램에 출연, NSA가 호세프 대통령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의 이메일 기록을 열람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마리아 도 호자리오 인권장관은 "브라질의 주권을 극도로 훼손한 것"이라면서 강력한 대응을 시사했고, 파울로 베르나르도 통신장관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미국 정부를 비난했다. 조제 에두아르도 카르도조 법무장관은 미국 정부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루이스 알베르토 피게이레도 외교장관은 수도 브라질리아 주재 미국 대사를 불러 해명을 요구했다.
브라질 일간지 오 글로보(O Globo)는 지난 7월 초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문서를 토대로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브라질 국민과 기업의 이메일, 전화통화를 도·감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미국이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정보수집 행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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